
까메오양
쿠로코의 농구
모모이
* 쿠로코의 농구 패러디 소설
* 모모이 사츠키 드림
밀린 숙제를 하고자 접속한 야후의 메인 화면에는 한 부부의 결혼사진이 걸려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한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했다는 기사였다. 첨부된 사진 속에서 부부는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고 활짝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미소는 누가 보더라도 그들 부부가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새하얀 웨딩드레스와 그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 아래의 디즈니랜드 성은 꼭 동화 속 삽화처럼 아름다웠다.
"예쁘다."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은 중얼거림과 함께 발그레한 분홍빛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제 생각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얼굴을 북북 문질렀다. 그럴수록 어렴풋이 흐렸던 이미지는 더욱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어머니가 방문을 두들긴 건 다시 숙제에 집중하려던 때였다.
"네 동생이 농구 연습하러 나가서는 이 시간이 되도록 안 돌아온다. 얘, 나가서 좀 찾아볼래?"
개학하고 나면 맞이할 체육대회에서 동생은 농구 시합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다. 농구부인 학생들이 있었지만 운동부의 학생들은 자신의 부가 속한 스포츠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에 걸려, 농구에 대해 생초짜인 동생이 선수로 발탁된 것이다. 덕분에 매일 밤 동네 근처의 농구장에서 연습하러 나갔다.
어머니는 동생이 전화도 받지 않는 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된다며 내 등을 떠밀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니 나도 슬슬 걱정되어 일단 동네 한 바퀴 찾아보겠다며 신발을 신었다.
방학도 곧 끝나가는데 여름의 무더위는 아직까지도 가실 줄을 몰랐다. 낮 동안 햇빛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동생을 찾으면 같이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택가를 빠져나오자 거리의 농구장에서부터 탕, 탕하고 공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났다. 동생이었다. 연습 삼매경에 빠져 전화를 받지 않은 모양이다. 평소라면 '야, 전화 재깍재깍 못 받냐?'며 호통을 쳤겠지만, 오늘은 농구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머뭇거렸다. 동생 곁에 있는 인물 탓이었다. 같은 반의 모모이 사츠키가 동생의 옆에서 이것저것 코칭을 하고 있었다.
일단 어머니에게 동생을 찾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남겨놓으려는데 소리가 뚝 끊겼다. '전송' 버튼을 누르며 고개를 드니 사츠키와 동생이 나를 보고 있었다. 사츠키가 내 이름을 부르는 동시에 동생이 '언니!'하고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 * *
"동생이 있었구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생이 농구공이며 물병을 챙기는 동안 사츠키가 말을 꺼냈다.
"응. 아 참, 동생한테 농구 가르쳐 준 거지? 고마워. 폐를 끼쳤네."
"아니야, 내가 좋아서 한 건걸."
사츠키가 손을 내젓는데 그사이 짐을 다 챙긴 동생이 쪼르르 내 옆에 와 섰다.
"언니, 아이스크림 사줘!"
맡겨두기라고 한 듯 당당한 태도가 어이없어 말문이 막히기도 잠시,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아프지 않게 동생의 볼을 꼬집으며, 사츠키를 불렀다.
"사츠키도 같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나도?"
"응, 동생 봐줘서 고맙기도 하고, 날도 덥잖아. 여기 옆에 마트 있으니까 같이 가자."
사츠키가 머뭇거리고 있자, 동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언니가 사준대!"
"이게, 내 지갑이 네 거냐?"
반대쪽 볼도 꼬집으며 죽 잡아당기다가 아차, 싶어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니, 신세를 진 것도 있으니까 내가 살 거야! 이건 얘가 말을 얄밉게 해서…."
그런 우리 자매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사츠키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 얼굴에 열이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행히 지금은 밤이었고, 나는 농구장을 비추는 전등을 등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속으로 투덜거리며 괜히 동생 탓을 했다.